흘긋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그 정도로 시작되었다. 테이블에 앉아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그 사람이 보이곤 했다. 화장을 옅게 하여 아직 어린 티가 채가시지 않은 얼굴이 생글생글 웃으며 계산대에서 일하는 모습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바빠 보여서
점장의 실수인지 아니면 그 사람의 시간이 이렇게밖에 안 나는지 모르지만, 오후 5시 항상 물건들이 많이 들어오는 시간대 그 시간을 전후로 교대를 했다. 그러면 상품들이 10박스씩 들어오고 학생들 하교 시간에 맞물려서 그 사람의 손이 바빠지곤 했다. 그런데도 웃는 표정에는 변화가 없어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30분
그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은 그 정도 시간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페이가 좋아 집에서 멀리 나와 일을 해서 버스 시간이 어긋나서 30분 정도 편의점에 앉아서 기다렸다. 밖에 나가도 더우니까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죽였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계속 움직이는 것에게 흥미가 가버린다. 오늘은 유달리 덥고 유달리 사람이 없고 유달리 그 사람에 관심이 갔다. 그 사람의 명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이트짱 심심하니?”
인수인계할 때마다 들려오는 목소리. 시간이 없어서 인사만 주고받을 때 나에게 향하던 목소리. 그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여유롭게 들려왔다.
“네?”
차마 나에게 목소리가 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급하게 대답하느라 목소리가 널뛰기하듯이 올라간다. 수치심에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표정이 궁금해서 돌리고 싶지 않았다. 웃었을까 아니면 무표정일까
“아하하 내가 말 걸어서 놀랐나? 심심해 보여서, 어쩐지 이곳을 열심히 쳐다보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웃는 표정의 그 사람이 자신의 가슴 쪽을 가리켰다. 순식간에 머리에 열이 올라온다.
“아, 아니 그런 음흉한 의미로 쳐다본 게 아니에요!”
“어라 나도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순간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돌리고 싶지 않던 고개가 절로 푹 꺼진다. 탕하고 계산대에서 그 사람이 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오는지 고개를 들어 보고 싶지만, 창피한 얼굴일거 같아서 올리기가 힘들다. 애꿎은 티셔츠에서 삐져나온 실오라기만 잡아당기고 있는데 그 사람이 볼을 잡아 안쪽으로 밀어버린다. 너무 황당해서 그 사람을 쳐다보자 열심히 웃고 있다.
“나 좀 봐줄래? 아니면 계속 볼 잡고 있어 버릴 거야”
“보홀게여”
잡혀있는 탓에 발음이 뭉개진다. 뒤에 있는 시계를 봐서 시간을 확인하고 싶지만, 시선을 돌리기가 힘들다. 사실 돌리고 싶지 않다. 좀 더 관찰하고 싶다. 이 사람을
재깍재깍 시계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려 올 때쯤
-딸랑
“어서 오세요~”
그 사람의 손길이 황급하게 페이트의 볼로부터 떠나갔다. 괜스레 볼을 잡아보면 온기가 남아있어서 떠나가는 게 아쉽다. 그러다가 편의점 시계를 확인해보면 이미 시간은
“엑 시간이 벌써!”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버스를 한참을 기다려야한다는 소식에 테이블에 엎드려서 얼굴을 식히고 있으니 또 다시 다가오는 발소리
“페이트짱 버스도 놓쳤고 심심하겠다”
놀리는 건지 걱정하는 건지 의도를 파악할 수 없어서 대답을 미루고 있는데 뒷머리에 아까의 무게감이 실려 온다. 누군가 머리에 손을 대는 일이 드물어서 느낌이 어색하다. 머리 위에서 치우고 싶기도 하고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두 가지 생각이 싸우고 있을 때 먼저 대답을 선수 쳐온다.
“역시 심심할 거 같아 그치? 내 일 도와주지 않을래?”
그 말에 슬그머니 일어나서 손가락 끝을 바라보면 교대할 때 들어왔던 상품들이 여전히 박스 안에 잠들어있다.
“네..... 어차피 집에 가려면 2시간은 있어야 하니까요”
영차 하고 허벅지에 손을 얹어 일어서자 뒤에서 와 고마워하고 감사의 표시를 전해온다. 저렇게 웃을 때면 나보다도 어려 보여서 신선하다.
“보답으로 주말에 내가 밥 살게”
“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노하씨....아니 타카마치씨”
사양하지 마 사양하지 마 하면서 등을 밀고 가는 타카마치씨 표정에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신난 표정이라서 더 거절할 말을 꺼내는 게 의미가 없어 보일 정도로
“나노하씨로 불러도 되고! 주말에 만나는 건 이미 결정했어~”
한낮이 지나가고 있다. 뜨겁던 태양의 열기가 가라앉을 시간. 또 다른 한낮이 다가오고 있다.